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 여름날의 호숫가 / 가을의 공원 / 그 벤치 위에 / 나뭇잎은 떨어지고 / 나뭇잎은 흙이 되고 / 나뭇잎에 덮여서 /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이 가슴에 와닿는 계절입니다. 자연의 소멸 과정에서도 지나간 사랑이 여전히 현재의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남아 있음을 시인은 노래합니다.
9월 19일부터 3일간 경주예술의전당에서는 <국제경주역사문화포럼>이 열렸습니다. 10월말 개최될 APEC정상회의의 핵심의제인 ‘연결·혁신·번영’을 역사와 문화적 관점에서 성찰하는 자리였습니다. 하버드대학의 인간진화생물학 교수인 조지프 헨릭(Joseph Henrich)은 ‘인간의 혁신은 지능보다 사회성에 더 의존한다’, ‘창의성과 번영은 사회적 연결과 공동체로부터 자라난다’고 역설합니다. 사회성, 연결, 공동체라는 말은 넓은 의미로 사랑의 다른 이름 아닐까요?
10월 말 우리 지역에서는 역사 이래 최대의 국제행사인 APEC정상회의가 열립니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는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Jenson Huang)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인 1700명이 참석하는 <APEC CEO SUMMIT>이 진행됩니다. 10월 10일부터 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올해 신라문화제는 APEC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우리를 지탱하는 든든한 힘이 되고 있음을 제52회 신라문화제에서 보여지길 기대합니다. 문화예술을 통한 연대의 힘을 더 생각하게 되는 2025년 가을입니다.
경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오기현